사고 실험: 미래 AI에게 ‘나를 실수 없이 부자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면?
기술 커뮤니티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에이전틱(Agentic) AI’ 트렌드를 접하며 문득 떠오른 흥미로운 사고 실험입니다. 이는 단순한 부의 열망을 넘어, 미래 인공지능이 지닐 잠재적 역량의 한계와 그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요청은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기술의 작동 원리와 시장의 논리 구조 안에서 몇 가지 근본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분해해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단순히 현답을 주는 언어 모델을 넘어, 실제로 부를 창출하는 시스템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지시에서 실행으로: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의 조건
이러한 요청을 수행하려면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이나 텍스트 생성을 넘어 ‘자율 에이전트’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이는 목표(부의 창출)를 설정하면,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Plan),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며(Interact), 계획을 실행하고(Execute), 결과를 평가해 전략을 수정하는(Adapt) 복잡한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AI는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실제 금융 계좌에 접속해 거래를 실행하며, 그 결과를 추적 관리해야 합니다. 이는 현재 활발히 논의되는 ‘에이전틱 시스템’의 궁극적인 형태로, 단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는 기술적 복잡성에서 차원을 달리합니다.
확률적 세계와 ‘실수 제로’의 기술적 모순
요청의 핵심 제약 조건인 ‘실수 없이’는 기술적으로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현재의 모든 AI 모델은 본질적으로 확률적(Probabilistic) 시스템이며, 이는 미래의 어떤 정교한 AI라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결과를 도출할 뿐, 절대적 확실성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금융 시장의 ‘블랙 스완’ 이벤트나 예측 불가능한 지정학적 리스크처럼, 과거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이례적인 변수는 AI의 예측 모델을 언제든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수 제로’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세계에서나 가능한 개념이며, 우리가 사는 복잡하고 가변적인 현실 세계에서는 기술적 환상에 가깝습니다. AI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의 평형 원리: 모두가 사용하는 도구는 우위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경제학적 원리가 작동합니다. 만약 이러한 강력한 부 창출 AI가 상용화되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시장은 즉시 그 AI가 제공하는 예측과 전략을 가격에 반영하며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투자자가 동일한 AI를 사용해 주식을 매매한다면, 초과 수익(Alpha)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결국 그 AI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더 이상 경쟁 우위가 될 수 없으며, 단지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기본 비용이 될 뿐입니다.
마치 오늘날 모든 기업이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인터넷 사용 자체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미래 AI로 부를 창출하는 진짜 경로는 무엇인가?
진정한 기회는 AI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AI 생태계의 ‘생산자’ 또는 ‘인프라 제공자’가 되는 데 있습니다.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AI를 이용해 돈을 벌까?’가 아니라, ‘AI 시대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여 가치를 창출할까?’로 말입니다.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를 들어보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도화된 AI를 통해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추천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진정한 부를 얻는 사람은 그 아이템으로 평범한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AI가 분석할 독점적인 고품질 데이터를 공급하는 기업, 특정 산업(예: 바이오, 신소재)에 특화된 AI 모델을 미세조정(Fine-tuning)하여 판매하는 기업, 혹은 수많은 AI 에이전트들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돕는 새로운 컴퓨팅 인프라나 플랫폼을 구축하는 개척자가 막대한 가치를 차지할 것입니다. 결국, 미래의 부는 AI에게 정답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풀어야 할 문제 자체를 정의하고 그 해결책의 핵심 구성요소를 소유하는 능력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